단열이 되지 않던 슬라브형 단독주택에서 20여년을 생활하던 김동수 씨. 그는 경기도 이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무엇보다 단열이 잘 되고 관리가 쉬운 집을 위해 스틸하우스에 벽돌로 외벽마감을 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스틸에 H빔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의 집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그 재미난 시공과정과 전원생활 이야기를 들어본다.

해발 6백m의 원적산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남쪽으로는 이천의 황금빛 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신둔면 도봉리. 얼마 전 이곳에 부동산업을 하는 김동수 씨의 새 보금자리가 들어섰다. 두꺼운 벽돌외벽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지은 집이라는 소문만큼 외관은 매우 견고하고 웅장해 보였다.

스틸과 H빔을 혼합하게 된 계기

김동수 씨가 집을 마련하면서 외벽두께에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된 계기는 전에 살던 슬래브형 주택에서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20여년을 살아온 그 집은 30평 규모로 네 가족이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외벽의 단열이 잘 되지 않아 겨울에는 춥고, 여름이면 찜통이 되곤 했다. 그런데다 난방비는 턱없이 많이 나와 그 때마다 그는 ‘집을 짓거나 이사를 하게 되면 단열만큼은 특별히 신경 써야지’라며 다짐을 거듭했다.

도봉리에 마련한 주택은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선택했는데 이는 설계에 따라 구조재를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시공이 간편하고,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건식공법으로 외장재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김동수 씨는 이런 스틸하우스 구조에 단열처리 후 외장재를 벽돌로 하게 되면 벽체가 두꺼워 단열이 높을 뿐만 아니라 견고함이 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공은 이천에 본사를 둔 (주)대산하우징에 맡기고, 설계를 진행했다. 시공담당자는 김씨의 생각처럼 스틸프레임에 외장을 벽돌로 하는 것은 관계없지만 베란다 시공 부분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베란다에 쌓이는 벽돌의 하중을 조이스트가 견디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H빔을 대어 1, 2층 사이에 슬래브를 치고, 그 위에 2층 벽작업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시도는 스틸과 목조주택의 베란다 방수처리까지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어디 집짓는 것이 사람 생각처럼 되는 것이겠는가. 빔과 스틸 접합부에 문제가 발생했다. 스틸에는 용접시공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 결국 H빔에 C형관 및 앵글용접 후 스크류로 접합하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짜임새 있는 실내 구조

스틸하우스는 타 공법에 비해 벽체가 얇아 내부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집은 외장을 벽돌로 조적하다 보니 벽 두께가 30cm 정도나 되어 기초시공부터 실내평수가 줄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무엇보다 거실을 중점적으로 한 넓고 오픈 된 실내가 독특하다. 주방과 거실이 일직선상에 놓이면서도 거실에서는 주방의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간이벽을 설치해 주었다. 널찍하게 낸 다용도실은 특수 바이오 제품으로 바닥과 벽을 처리해 채소를 오래도록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게 했다.

1층에 마련된 침실은 부부만의 특별 공간으로 다양한 인테리어 요소를 살펴 볼 수 있다. 건물에서 가장 조용한 북쪽 끝에 놓인 이 방에는 밤에 서쪽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대형창을 내고, 부부전용 욕실 벽을 유리로 시공해 방과 욕실 간에 일체감을 주었다. 2층은 자녀들만의 공간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바닥과 벽면에 황토마감재를 사용했다.

1만1천평 대지에서 전원생활 즐기기

전원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자연에서 단순히 화려하고 고급스런 사치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전원생활은 부부가 한마음이 되어야 가능할 뿐더러 둘 중 하나는 집을 가꾸고 유지해 나갈 수 있을 만큼의 부지런함과 섬세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집에 사는 김동수, 유순정 부부는 전원생활이 체질인 듯하다. 처음 시도해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1만1천평이라는 대규모의 부지를 마련하고 전원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 사니 말이다.

1만 여평 정도의 땅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학자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벚꽃나무, 소나무 등의 화훼나무의 주목이 2만 그루 정도 심겨져 있고, 닭장에는 토종닭 30~40여 마리가 포동포동 살이 올라 있다. 온갖 채소를 심은 텃밭 옆에는 김동수 씨가 직접 흙을 개이고, 나무를 쌓아가며 만든 지하황토저장고가 자리하고 있다.

아내는 이곳이 사시사철 서늘한 온도로 김치냉장고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작물을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며 자랑에 여념이 없다. 부부는 앞으로 남은 부지에 3~4평 정도의 아담한 황토방을 직접 시공해 볼 계획이다. 저장고를 한번 만들어 보더니 자신이 붙은 모양이다. 집이 완공된 지는 불과 한달이 안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집터를 마련해 놓고 전원생활을 위해 차근히 준비해 온 모습을 집안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설계노트
대지위치 : 이천시 신둔면 도봉리
대지면적 : 2만1천평
건물규모 : 정자, 데크를 포함 약 70평
건축면적 : 56평
구조재 : H빔과 스틸프레임 
창호재 : 하이새시, 이중창
외벽재 : 적벽돌
지붕재 : 스틸, 육각그림자슁글
마루재 : 온돌마루
욕실재 : 타일, 오닉스
배관, 전기 : 메폴, 2.0전선
설계 및 시공: 대산하우징 031-637-7856

취재·김유진 기자 | 사진·변종석 기자 | 취재협조·대산하우징